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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 속에서만 보이는 진리 — 파스칼이 말한 인간 존재의 조건

우리는 본능적으로 우리와 비슷한 사람들을 찾는다. 생각이 통하는 사람들과 잠시 웃고, 마음이 맞는 이들과 어울리며, 서로의 상처를 비춰보며 위로받는다. 인간은 혼자 견디도록 설계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회적 연결은 우리에게 안정감을 주고, 잠시나마 삶의 무게를 잊게 해준다.


하지만 파스칼은 이러한 위안이 진리의 길에서는 한순간의 착각일 뿐이라고 말한다. 팡세 에서 그는 인간의 본질을 “비참하며 무력한 존재”라고 표현한다. 그리고 이렇게 말한다.“우리와 같은 존재가 우리를 어디로 인도할 수 있겠는가?”비슷한 상처를 가진 사람들과의 연대는 따뜻하지만, 그것이 우리가 가야 할 근본적 질문의 길에서 길잡이가 되지는 못한다.


왜일까?파스칼이 보기에 인간의 고독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이다. 누구도 우리의 내면을 대신 살아줄 수 없고, 누구도 우리의 진실을 대신 찾아줄 수 없다. 사람들은 각자 자신의 고통을 짊어지고 있으며, 그 무게 때문에 타인을 진정으로 지탱해줄 힘이 없다. 결국 진리를 향한 여정은 철저히 개인적인 길, 홀로 감당해야만 하는 고독의 길이다.


이 말은 냉정해 보이지만, 오히려 깊은 자유를 준다. 타인이 나의 삶을 완성해주길 기다릴 필요가 없으며, 잘 보이기 위해 스스로를 왜곡할 필요도 없다. 인간관계가 주는 일시적 위안 뒤에는 결국 자신과 마주해야 하는 시간이 있다. 그 시간을 외면하지 않을 때, 우리는 진짜 성장의 문턱에 선다.


심리학에서도 비슷한 통찰을 발견할 수 있다. 칼 융은 “개별화”의 과정에서 인간은 피할 수 없는 고독과 마주해야 한다고 했다. 타인이 아닌 내면의 진실과 대면하는 순간, 비로소 진짜 자신이 태어나기 때문이다. 영성의 세계에서도 모든 각성은 혼자 깨어나는 사건으로 묘사된다. 고요, 침묵, 그리고 아무도 대신해 줄 수 없는 내적 결단 속에서만 빛은 찾아온다.


그러나 이것이 인간관계를 부정한다는 뜻은 아니다. 파스칼은 오히려 인간의 연약함을 알기에 서로를 연민해야 한다고 말한다. 다만 그런 관계는 진리의 길에서 우리를 대신 걸어주기 위한 연결이 아니라, 서로의 고독을 이해하는 동행이어야 한다. 우리는 함께 걷지만, 진실은 각자가 홀로 들어서야만 한다.


결국 파스칼이 남긴 메시지는 하나다.“진리를 향해 가는 길에서, 당신은 혼자일 것이다. 그러나 그 고독을 두려워하지 말라.”그 순간부터 우리는 더 이상 타인의 기준에 흔들리지 않고, 자기 삶의 방향을 명확하게 바라보게 된다. 


고독은 벌이 아니라 초대다. 나 자신에게로, 그리고 진리에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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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은 벌이 아니라 초대다. 나 자신에게로, 그리고 진리에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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