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이상학: 보이지 않는 세계가 현실을 만드는 방식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은 눈에 보이는 것들로만 이루어져 있지 않다. 감정, 생각, 의도, 그리고 설명할 수 없는 어떤 분위기—이 모든 것은 모양도, 무게도 없지만 우리의 삶을 움직이는 힘이다. 형이상학은 바로 이 ‘보이지 않는 세계의 법칙’을 탐구하는 철학이다. 물리학이 사과가 떨어지는 이유를 설명한다면, 형이상학은 “왜 이런 세계가 가능한가?”를 묻는다.

심리학은 우리의 마음을 설명하고, 영성은 마음 너머를 이야기하며, 뇌과학은 그 둘의 작동 메커니즘을 밝힌다. 그런데 형이상학은 이 세 가지의 바깥에서 이렇게 묻는다.“도대체 ‘나’라는 존재는 어디서 비롯된 것인가?”

뇌과학자들은 우리가 경험하는 세계가 결국 신경 회로의 전기적 패턴이라는 사실을 말한다. 하지만 전기적 패턴이 어떻게 ‘감정’이라는 생생한 경험을 만들어내는지는 여전히 미스터리다. 심리학자 칼 융은 인간의 마음이 단순한 정신 기능이 아니라, 더 깊고 상징적인 층위—집단무의식을 통해 서로 연결되어 있다고 말했다. 영성의 전통에서는 오래전부터 “의식이 현실을 만든다”라고 말해왔다.

이 세 흐름을 함께 놓고 보면, 형이상학은 단순히 철학의 한 분야가 아니라 ‘존재를 이해하려는 인간의 본능적인 시도’로 보인다. 우리는 모두 현실의 표면 아래 흐르는 어떤 리듬을 느낀다. 마치 한 사람의 말투나 눈빛을 보면 말하지 않아도 그들의 의도를 감지할 수 있는 것처럼—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작동하고 있는’ 세계가 있다.

형이상학은 이 보이지 않는 층을 존재의 구조로 설명한다. “왜 나는 나일까?”, “왜 이 세계는 이런 형태를 하고 있을까?”, “의식은 물질의 부산물인가, 아니면 물질보다 근원적인가?”라는 질문은 결국 우리 삶의 핵심을 건드린다. 왜냐하면 우리가 세계를 어떻게 이해하느냐가 곧 우리의 삶을 어떻게 살아가느냐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세상을 단순한 물질적 기계로 본다면 인간은 신경 회로에 묶인 존재다. 하지만 의식이 근원이라고 이해한다면, 우리는 경험과 선택을 통해 현실을 새롭게 창조할 수 있는 존재가 된다.  호흡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물질의 경계가 느슨해지고 ‘나’라는 감각이 공간 속으로 흩어진다. 

그리고 들어오는  생각은 

“현실은 생각보다 훨씬 더 유연할지도 몰라.”이다 

형이상학은 세상을 신비하게 만들려는 게 아니라, 우리가 이미 느끼고 있는 ‘깊은 층’을 언어로 설명해주는 철학이다.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이 하나의 세계를 이루고 있으며, 의식·감정·에너지·신경 회로는 서로 다른 언어로 표현된 동일한 흐름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 흐름을 이해하는 순간, 

우리는 더 이상 현실의 희생자가 아니라—현실의 공동 창조자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