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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물리학과 존재론

Updated: Jul 14


세상에 혼자 존재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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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로 존재하는 우주에서 '존재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우리가 현실이라 부르는 것은,

상호작용을 통해 생성된

공유된 환상일 뿐이다.”

— 하이젠베르크, 보어와 나가르주나


 객관성의 붕괴

고전 물리학은 세상을 ‘단단한 물체들’로 구성된 무대로 보았습니다. 

여기엔 돌이 있고, 저기엔 행성이 있고,

그 사이 어딘가에 ‘내’가 있죠. 


하지만 양자물리학은 이 환상을 깨트렸습니다.


양자 세계에서 입자는 관측되기 전까지는 고정된 상태에 있지 않습니다. 

‘위치’도, ‘속성’도, ‘자기만의 정체성’도 없어요. 

단지 확률이 있을 뿐이며,

관계 속에서만 실제가 나타납니다.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 원리는 단순한 과학적 법칙이 아니라, 

독립적 실체에 대한 믿음 자체에 던지는 철학적 도전이었습니다.



 실재는 ‘관계’다

양자 이론이 전하는 가장 급진적인 메시지는 이것입니다.


“그 어떤 것도 혼자 존재하지 않는다. 

모든 존재는 관계의 그물망 안에서 존재한다.”


입자는 본래 속성을 가진 것이 아니라,

다른 것과 어떻게 상호작용하는가에 따라 결정됩니다. 

사과의 신맛은 사과 안에 본래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맛볼 때에만 존재합니다.


이러한 관점은 존재에 대한 전체적인 그림을 바꿔놓습니다. 

‘존재’란 어떤 사물이 있는 상태가 아니라, 

일어나고 있는 흐름이며 과정입니다.



나라는 존재도 '고정된 것'이 아니다

신경과학과 심리학도 이 관점에 공감합니다. 

'자아(self)'는 어떤 본질적 실체가 아니라, 

기억, 감정, 관계로 짜여진 이야기적 구성물이라는 것이죠.


칼 로저스는

자아를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되어가는 과정’이라 했고, 

안토니오 다마지오는

감정과 신체의 반복적 루프 속에서 

정체성이 구성된다고 설명합니다.


결국 '나는 고정된 명사가 아니라,

변화하는 동사'입니다.



 고대의 메아리 ― 나가르주나의 ‘공(空)’


놀랍게도, 2천 년 전 불교 철학자 나가르주나

이미 이를 간파했습니다.


“그 어떤 것도 그 자체로 존재하지 않으며, 모든 것은 의존과 관계 속에서만 존재한다.”


이것이 바로 ‘공(空, śūnyatā)’의 개념입니다.

 ‘없음’이 아니라, 고정된 본질이 없다는 통찰

실체 없는 것들로 이루어진 우주. 

그 속에서 우리는 서로를 통해 존재합니다.



관계적 존재로 살아간다는 것


양자물리학적 존재론을 진지하게 받아들인다면, 

우리 삶에 대한 인식도 달라져야 합니다.


우리는 고립된 자아가 아닙니다. 

정해진 정체성도 아닙니다. 

우리는 끊임없이 생성되고 있는 연결의 순간들입니다. 


스스로를 닫아두지 않을 때, 

우리는 타인을 통해, 세상을 통해,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존재한다는 것은 관계 속에 있다는 것이고, 

관계 안에서 우리는 변화되고, 반응하며, 다시 태어납니다.



양자물리학이 우리에게 가르쳐주는 것은

단지 입자나 수식이 아닙니다. 

그것은 ‘분리’라는 신화를 내려놓는 일입니다.


“나 없이 너는 없고, 너 없이 나도 없다.”


세상 모든 것은 서로를 통해 존재하고, 

그 반사된 거울 속에서 비로소 우리는 존재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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